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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마이네임 후기 : 복수의 댓가는 괴물이 되는 것 (한국판 무간도)

영삼이 2021. 11. 4. 12:25

마이네임 후기도 쓸 꺼리가 많아서... 이번에도 최대한 짧게 해볼께요.



요즘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의 행보를 보면 유례가 없는 작년 봄여름의 주식장을 보는 것 같네요.

(영화 기생충을 시작으로) 어떻게 스위트홈, 킹덤 아신전, 오징어게임, 마이네임까지 4연상을 할 수가 있죠?

솔직히 마이네임이라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전세계 4위를 했다고 했을 때 제목도 구리고 한소희(음... 저랑 생일이 같네요ㅎㅎ)라는 별 관심 없던 여배우의 액션물이라 보고 싶진 않았어요.

근데 작품성과 연기력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어요... 제목도 잘 지었고요... 진심 초대박.




1. 상영시간 러쉬

요즘 드라마 한편의 상영시간이 1시간을 보통 넘는 듯한데 이건 50분이 좀 안 될 거에요.

다음 편으로 넘어갈 때도 처음 로딩장면?이 엄청 짧고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마이네임은 상영시간도 짧고 8회밖에 안 돼서 1회 보면 그냥 끝까지 한번에 보게 된다고요.

흡입력 있는 전개가 받쳐주다보니 진짜 그럴 수밖에 없었고 이 점이 전세계 사람들에게 좀 더 빠르고 깊게 침투되게 한 첫번째 요인이 아니었나 싶어요.



2. 무간도 오마주

2005년 중국 베이징에서 어학연수 할 때 양조위, 유덕화 주연의 무간도를 중국어로 봤었어요.

중국어를 잘 못 했기에 세밀한 이해를 하진 못했지만 이중역할의 두 배우가 고뇌하는 홍콩 느와르 분위기는 정말 흠뻑 느꼈고 지금도 그 여운이 남아있는 듯해요.

그 무간도의 구조를 차용한 듯한데 그냥 베끼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장기에 그거까지 완벽히 소화해서 신무기 추가 장착한 느낌이었어요.



3. 신뢰

저는 어릴 때부터 신뢰에 많이 집착했던 듯해요.

버림 받은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막연하게 버림 받을까봐 항상 두려웠던 듯해요.

10년 전 <10억>이란 영화에서 마지막으로 봤던 박희순형님의 고뇌가 고스란히 전달됐었네요.



4. 한소희 연기력

JTBC <부부의세계>에서 송혜교누나를 닮은 적당히 예쁘장한 여배우로만 생각했는데... 배역에 대한 몰입도가 놀라웠어요.

눈빛과 표정이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을 보여주는 듯했어요.

배우에게 최고의 찬사입니다.


그리고 옛날 <조폭마누라> 신은경누님을 시작으로 이시영, 전지현누나라는 걸출한 여전사가 한국에 1명도 아니고 2명이나 현존하는데 또 한명이 등장해서 과연 먹힐까 싶었는데...

역삼각형 상체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더라고요. 철봉 정자세로 3개인가 하는 장면 보고 GG 쳤어요...

무서운 여동생 등장했으니 여배우분들 긴장하셔야겠어요 ㅎㅎ


성형 잘 모르지만 눈만 좀 한 거 같은데 지금 마스크 좋으니 괜히 더 손 대지 않아도 좋을 듯해요.



5. 장률은 착한 아이였죠?

화려한 목문신과 함께 악역을 제대로 보였줬던 장률... 근데 드라마에선 착한 아이였다고 말해주고 싶었던 거 같은데 맞나요?

지우(한소희)가 거친 남자들 우글우글 거리는 조폭체육관에 들어왔을 때부터 얘를 여기서 쫓아내기 위해 일부러 강간상황 연출했고

나중에도 지금 판이 돌아가는 상황의 진실을 전달해주고 싶었던 거 맞죠?

검은 마약 만들어서 광기에 빠진 것도 충성했던 보스 최무진에게 처절하게 버림 받아서 그렇게 된 거고요.

아닐 지도 모르겠지만... 장률은 착한 아이였는데 억울하게 인생 꼬이고 죽임까지 당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느꼈네요.



6. 저의 착한 마음

옛날에는 제가 마음에 온기가 없었어요. 스스로 느낄 때 로보트나 시체 같았죠.

그래서 그런지 항상 사무치게 공허했어요.

또 너무 자기중심적 사고와 감정을 지니고 있어서 여자를 너무 욕정과 약탈의 대상으로만 바라봤었던 듯해요.

(이건 옛날 이름에 뱀 2마리가 붙어있어서 그랬을 수도)

근데 이제는 제 마음에 온기가 꽤 있어서 그런지 지우가 체육관에서 깡패들 틈에 있는 모습 자체가 너무 안쓰럽더라고요.

(초반에는 경찰서에서 장신의 안보현 옆에 있는 모습도 괜히 안쓰러웠어요ㅠ)

속마음은 야 이 미친 년아 거길 왜 있는 거야!! 니가 아신인 줄 아냐?? 했어요.

겁탈을 당할 뻔한 장면에서는 남자인 저 스스로가 죄책감이 들었고요.

멋지게 그 상황을 모면해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제 아내가 내면의 고충은 당연히 있었겠지만 평생을 진짜 무탈하게 산 사람인데요

아내에게 고백하기 전에 저의 인간적 수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곱게 잘 자란 딸래미를 제가 더럽히는 건 아닌가 해서요.

근데 10년 전 크게 아프면서 제가 너무 많이 변해서 착한 여자를 아내로 맞이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네요.

지금은 오히려 제가 너무 착해져서 저보다 착해보이는 사람이 없을 정도에요 (이건 좀 철학적인 얘기)



7. 복수의 댓가는 괴물이 되는 것

아신전에서 아신의 복수의 감정이 세월 속에 묻혀질 때쯤 그 감정에 다시 불을 지피는 사건이 발생해서 결국 복수를 감행하게 되는데, 마이네임도 그 구조를 그대로 차용했다고 봐요.

근데 "복수의 댓가는 괴물이 되는 것"이라는 대사를 치니까 그 장면이 지루하지 않고 또 새롭게 살아나더라고요.

예수의 왼빰을 맞으면 오른빰도 내주라는 말과 상통해서 서구의 기독교 세계관도 제대로 공략한 듯하고요.

전체적으로 참 영리한 시나리오와 연출이었다고 생각돼요.



복수는 독해야 할 수 있다고 봐요.

저는 성격이 강해서 그런지 복수를 하게 되면 오랜 시간을 갖고 치밀하게 계획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그 복수의 색깔은 영리하게도 어둠이 아니라 노랑, 초록 등 저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해주는 것이에요.

지금의 저는 그렇게 한명한명에게 복수를 하면서 공부하고 운동하고 돈을 벌어왔고, 예전과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의 밝은 성장을 했어요.

누군가 싫은 사람이 있다면 그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올려서 자신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으로 써보세요.

완벽한 승리를 맛보게 될 거에요.



넷플릭스 마이네임 모든 관계자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yos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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