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린 33

배우 이선균 추모

이선균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어제 접했는데 다른 연예인의 사망에 비해 뭔가 마음이 많이 저리더라고요... 어떤 작품들을 봤나 블로그의 옛 기록들을 찾아보니 2007년 부터 까지 꽤 오랜 시간 함께 했네요... 뉴스에서 볼 때 엄청 수척해보였는데 이제 속세와의 인연은 깔끔히 끝내기로 해요. 미련이 없어야 윤회 하지 않는대요. 저한테 의 명대사는 형이었어요.

편린 2023.12.29

지난 5월의 무료함

며칠 전 코로나에 걸려 죽을 만큼 아팠고, 죽음의 몸살 첫째날 새벽엔 이렇게 아플 거면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은 드디어 잠을 푹 잤고 정상체온이며 근육통도 사라졌다. 이때 맞이한 따스한 5월의 공기는 문득 청년기의 무료함을 떠올리게 했다. 딱히 할 일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영화나 볼까 아님 소설책을 볼까… 그 무료했던 시절이 왜 그리 아름답게 가슴 속에 꽃을 피우던지…

편린 2023.05.04

2022년 9월 추석 조카와 했던 놀이들 : 오목, 체스, 빙고, 농장구경, 도토리 홀짝.

전 애들을 크게 좋아하진 않지만 애들하고 노는 건 좋아해요. 놀이를 할 때 느껴지는 아이들의 흥분과 설렘이 저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고, 어릴 때 놀아주는 사람이 없었던 것에 대한 외로움을 치유해주거든요. 9세 조카 승준이와 오목, 체스, 빙고(숫자와 과일), 식당 인근 농장구경, 별내 유아숲 체험원에서 도토리 주워다가 홀짝게임. 5세 조카 연우랑은 처음 놀아봤는데 오목과 체스를 뒀음. 오목은 옆에서 도움이 있었지만 내가 못해서 졌고, 체스는 왕을 보호하는 것과 먹고 먹히는 흐름 그리고 각 말들의 대략적인 움직임까지 이해해서 좀 놀랐음. 조카들 덕분에 나도 체스 실력이 늘고 있으며, 언제 책을 한권 봐야할 것 같음ㅋ

편린 2022.09.11

남자의 길 #2

사범님과 연락 안 한 지 꽤 된 거 같은데 생각난 김에 하나 더 풀어볼께요. 파리 날리는 체육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참 어려운 생활을 하고 계셨던 사범님… 제가 체육관 다닌 지 1년 정도 됐을 땐가… 사범님과 친한 관원 몇 명과 같이 술을 마시고 파하려는 시점이었어요. 늘 그렇듯 사범님은 만취가 됐는데 갑자기 저에게 빙그레 웃으시며 그러는 거에요. “찬호야 형이 못 나서 미안하다” 잊지 못할 뭉클한 말이었고… 너무도 솔직한 심경을 표현하셔서 놀랐어요…

편린 2022.06.22

남자의 길

예전에 사범님이 했던 말 중에 기억 나는 게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 풀어볼께요. 사범님이 고등학교를 갔는데 어떤 애가 자기를 자꾸 괴롭혀서 참다참다 딱 한대 주먹을 날렸는데 걔가 그대로 기절을 했대요. (어릴 때 매일 장작을 팼는데 그때 등근육이 강화됐다고 하심) 이 얘기는 학교에 순식간에 퍼졌고, 키 190 정도에 산적 같이 생긴 2년 꿇은 짱이 사범님 보고 이따가 뒷산으로 따라오라고 했대요. 뒷산에서 둘은 마주 섰고, 갑자기 그 거구의 짱이 사범님에게 무릎을 꿇었대요. 그러더니 이 학교에서는 자기가 절대적인 짱인데 자신의 위신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대요. 전 그 남자가 자신의 무릎을 잘못했을 때가 아닌 자신의 위신을 지키기 위해 꿇었다는 점에서 진정한 상남자로 느껴졌어요.

편린 20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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