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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후기 : 코로나시대에 온라인으로 문화강국 우뚝

영삼이 2021. 10. 27. 13:00


생각할, 쓸 거리가 많으면 오히려 리뷰를 못 하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오징어게임 후기는 더 늦기 전에 최대한 간략하게 한번 해볼께요.



감독 : 황동혁


* 종이의집 유니폼 오마주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집을 정말정말 재밌게 봤었는데 그들의 복장을 오마주한 거 참 좋았네요.



* 김기덕감독님 촬영 스타일

영화가 게임 원투쓰리 진행되는 형식이 꼭 고인 김기덕 감독님의 촬영 스타일 같았어요.

김감독님의 영화는 봉준호감독님의 디테일한 연출이 부각되는 스타일과 정반대로 그냥 한컷한컷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만 툭툭 보여주며 투박하게 전개되는 스타일이에요.

저는 오징어게임의 중반까지는 딱 그런 흐름을 받았네요.

김기덕감독님은 끝은 안 좋았지만 프랑스인지 베를린인지 암튼 유럽에서 최고로 인정해주며 개인전까지 열어줬으니 감독 인생으론 잘 사셨다고 봐요.



1.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 조급함

각 게임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었는데 첫번째 게임에선 조급함이었던 것 같아요.

최고령 할아버지도 충분히 결승선까지 갈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빨리 가려는 조급함 때문에,

또 그 조급함에서 파생된 당황으로 인해 거의 절반이 첫게임에서 죽게 되죠.

주식에서 사람들이 실패하는 첫번째 이유도 조급함 때문이에요.



2. 지옥

죽음의 게임에서 벗어나 살고자 했지만 현실은 더 지옥이었죠.

불교에서는 일체개고(一切皆苦) 라고 해요.

인간의 뇌는 부정적인 걸 자극적으로 인식하도록 세팅돼 있기 때문에 그 근본적인 반응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고통에서 벗어나긴 어려운 것 같아요.



3. 달고나 - 흑수저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보통 객관적인 상황만으로 승패를 결정짓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머리를 쓰면, 기지를 발휘하면 악조건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나보다 강해보이는 사람도 이길 수 있어요.

이순신장군님과 제갈공명 등이 불리한 게임에서 대승한 업적들을 단순히 역사적 이야기로만 봐선 안 될 듯해요.



4. 엑스페리먼트 오마주

근 20년 전 코엑스몰 메가박스에서 본 미국영화 같은데 참가자들끼리의 야간 혈투는 이걸 오마주한 거 아니었나 싶어요.



5. 줄다리기

달고나에 이어 이번에도 머리를 쓰는 상황인데, 여기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힘의 원리에 대한 설명을 했다고 봐요.

상대에게 일부러 약점을 보이고 상대가 그걸 물었을 때 그 힘을 역이용하여 판세를 완전히 뒤집는 고난이도 기술이죠.

현재 주짓수 랭킹 거의 탑인 호주선수 리바이존스(levi jones leary)는 상대보다 밑에서 겨루기를 많이 하는 듯한데 이 역시 궤를 같이 한다고 봐요.

https://www.instagram.com/tv/CVTi7uZJjg8/?utm_medium=copy_link



6. 깐부 구슬치기

금전적으로 큰 사기를 당한 사람들은 보통 가장 친한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더라고요.

사기의 전제는 믿음이니 당연한 메커니즘이라고 봐요.

오늘의 친구가 적이 될 수도 있고, 오늘의 적이 내일 친구가 될 수도 있고요.

관계는 감정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7. 유리 건너기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일 수 있고 죽여야 하는 인간 생존욕구의 가장 밑바닥을 보여줬다고 봐요.



8. 마지막 혈투

인간은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일 수 있는 인간과, 내가 죽더라도 남을 죽이지 못하는 인간.

이 둘의 선악은 없다고 봐요.

그냥 성향의 차이일뿐.



9. 결말

돈이 없으면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럽기에 목숨을 걸고 돈을 벌려고 하지만 (저는 그래요)

마음이 난도질 당하면 삶에 의욕이 없기 때문에 돈은 무용지물이 돼버린다고 생각해요.

옛날에 봤던 실화인지 소설인지 모르겠는데 어떤 20대 남자애가 정말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삶을 살고 있었는데 우울증으로 자살을 했어요.



**

프론트맨으로 이병헌형님이 나오시다니 참 적절한 캐스팅이네요.

시즌2도 기대할께요.

오징어게임이 이 정도로 초대박이 날 줄은 아무도 몰랐겠지만 넷플릭스, 싸이런픽쳐스, 모든 제작 스텝분들 진짜 수고 많았고 축하드려요.

유럽, 중국, 일본 등에 비해 관광산업이 매우 약한 한국이 코로나시대에 온라인으로 문화강국이 돼버리다니 이제 진짜 한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가 전세계 흐름의 중심이 되려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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